안녕하세요 풀칠러님. 파주입니다.

어느새 2025년의 마지막 달이네요. 영원할 것 같았던 저의 안식월도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출근 모드로 두뇌를 재정비할 준비를 하고 있네요.

오늘의 주제는 ‘부수입의 꿈’입니다. ‘본업만으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대'라는, 세상에 떠도는 말들에 괜히 마음이 덜컥하던 요즘입니다.

풀칠러님도 부업을 꿈꾸고 계신가요? 만약 이미 부업을 하고 계시다면,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한 달을 통으로 쉬어 보니 체질이 바뀌었습니다. 마치 제가 태생부터 출근을 안 하는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묘한 기분이랄까요. 그간 얼마나 ‘출근’이라는 것에 매여 살았는지를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개운하다는 낯선 직감이 찾아옵니다. 어디가 아프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은, 100% 멀쩡한 상태 말이에요. 예전 같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의 소리(꾸아아악)를 내며 알람을 서너 번쯤 미뤄두었을 텐데요. 요즘은 느릿하게 일어나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서 마저 누워 시간을 보냅니다. 늦은 오후엔 창밖 해가 기울어가는 걸 여유롭게 바라보기도 하고요. 평일 오후의 노을을 이렇게 생겼구나 하면서 말이죠. 주말과 다름 없겠지만 평일에 멍하니 즐기는 일몰이 괜히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출근을 하지 않으니 하루게 이렇게나 기네요. 사람의 욕심에 끝이 없는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삶에 대한 열망이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자동재생한 유튜브에선 ‘본업만으로 노후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라는 영상이 떴군요. 회사만 열심히 다니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뒤처지고, 조용히 망하고 있는 거라고 전문가랍시고 초빙된 사람은 쉬지도 않고 떠듭니다.

이 소리를 스마트폰도 엿들은 건지 알고리즘이 ‘부업’이나 ‘N잡’을 띄워주기 시작하네요.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를 때쯤 ‘나는 여행하며 돈 번다’는 숏폼이 제게 찾아왔습니다. 호기심과 불안감을 잔뜩 쥐며 새벽 내내 그 계정에 올라온 영상을 정주행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봐도 뚜렷한 결론이 없다는 건데요. N잡러의 마음가짐 같은 건 반복해서 이야기하는데 정작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영상을 몇 개 보다 보니 제가 마치 주식 강의에서 “그래서 뭘 사라는 건가요?”를 속으로 외치던 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부수입도 결국 종목 하나만 알려주면 좋겠는데 그런 친절은 없군요. 의문은 풀리지 않고 불안만 가득 채운 채 새벽이 지나갔습니다.

‘그럼 회사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잠시 고민했지만, 막상 떠오르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 온라인 판매 대행? 플랫폼 재능 마켓? 숏폼에서 떠들던 단어가 떠올랐지만 금방 체념했습니다. 그런 걸 남들처럼 해낼 재능이나 부지런함이나 여유가 제게는 없거든요.

불로소득으로 사는 삶을 잠시 망상하기도 했습니다만, 저의 주식 계좌의 꼬락서니를 떠올리곤 바로 생각하기를 중단했습니다. 지금의 제게 부수입이라고 할 만한 건 네이버페이 포인트 15원 짜리를 차곡차곡 모아 장바구니에 넣어둔 뽑아 쓰는 키친타올을 사는 정도입니다.

요즘 부업 이야기가 쉽게 번지고, 시도하라 닦달하는 목소리도 유독 크게 들리네요. 50만원, 100만원 더 벌면 삶이 풍요로워질까? 잠시 계산기를 때려보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부수입’이 아니라 ‘수입’이더군요. 그리고 그 수입의 대부분은 본업에서 나옵니다. 부업이라는 단어가 폼나게 들리지만, 제 일상을 안정시키는 건 여전히 월급명세서에 찍힌 본업의 결과물입니다.

돌이켜 보면 그렇습니다. 과거에 출근 말고 다른 방법으로 작고 귀여운 돈을 벌 때도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의 연장선이거나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파생된 일감이었거든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국 쌀이 있어야 가능한 법인 것처럼, 저의 경우 본업이 제대로 굴러간 뒤에야 부업이 가능했습니다.

마침 엔비디아의 젠슨 황 아저씨의 인터뷰도 숏폼에 뜨네요. 사랑하는 일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해 보라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본인은 접시를 닦을 때도 신문 배달을 할 때도 즐거웠다고요. 물론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을 사랑했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건 그의 배경 덕분이겠지만요. 몸과 마음이 본업에서 잠시 붕 떠버린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건, 본업으로 조금 더 무탈하게 연착륙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부수입의 꿈은 당분간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꺼낼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요. 일단은 본업을 먼저 챙기는 게 순서일 것 같아서요. 본업이 잘 굴러가다 보면, 언젠간 부업의 꿈을 뒤적거릴 여유가 생기겠죠. 부업을 하지 않는 지금에 불안감이 솟을 때면 저 자신에게 이 말을 건네겠습니다.

“어이 아저씨, 일단 본업이나 잘하시라고.”  

Pieter Bruegel the Elder —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1558)

얼마 전엔 운 좋게도 드디어 본업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부수입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취업 준비생분들에게 현직자의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에 연사로 서게 됐거든요. 매일매일 눈 떠서 하는 거라곤 회사 다니는 건데, 회사에서 하는 일 얘기로 돈을 벌 수 있다니. 이번에야말로 쓸만한 부수입 파이프라인이 되어주겠다 싶었죠.

그런데 이것 역시 쉽지 않더라고요. 강연은 그럭저럭 잘 마쳤는데,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어찌나 헛헛하던지. 내가 한 얘기가 정말 도움이 될까, 나보다 더 경력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같은 생각도 계속 들고, 무엇보다도 ‘부수입’을 노리고 연단에 선 제 마음과 조언이 절실히 필요했을 청중분들의 마음 사이의 온도 차이가 너무 크단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웠습니다.

부수입 내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콘텐츠를 보면, 강연은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파이프라인’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무섭고, 또 무거운 일인지 얘기하는 콘텐츠는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아, 이것 참 어렵네요. 정말 파주님 말마따나 본업에나 집중하는 게 답이려나요.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면서도 생존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단 게 욕심일지, 아니면 수입을 늘리고 싶다는 게 욕심일지. 수많은 의문부호 속 확실한 건 먹고살기엔 예산이 참 빠듯하다는 것 하나뿐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