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김포공항 앞에 있는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 다녀왔다.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서다. 정확히는 적성 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1종 면허는 적성 검사를 받으면 되고 2종 면허는 갱신을 하면 된다는 데 그 둘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 요지는 내가 10년 마다 돌아오는 운전면허를 갱신했다는 얘기고 그건 즉 운전면허를 딴지 10년이 지났다는 걸 뜻한다.

나는 아직 내 명의의 차를 소유해 본 적이 없다. 성인이 되고 운전면허를 딴 뒤에도 차를 산다는 건 나와 먼 얘기였다. 자동차처럼 비싸고 거대한 걸 산다니. 20대의 나에게 그건 마치 항공모함을 소유하는 느낌이랄까. 원한다고 살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지만 딱히 상관 없었다. 뭣보다 두 다리로도 충분히 잘 걷고 잘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볼일이 있을 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됐고 부모님과 있을 땐 차를 얻어타면 됐다. 다른 지역으로 놀러갈 땐 기차나 고속버스가 있지 않은가. 휴대폰도 볼 수 있고 긴 시간 이동해야 할 때면 전자책을 볼 수도 있었다. 남이 운전하니 맘 편히 눈 감을 수 있는 이동수단은 얼마나 편리한지!

처음으로 차를 사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어느 지방에서 첫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였다. 산간 벽지도 아니었건만 넓은 부지의 연구시설이 많은 구역 특성상 버스 노선은 난해했고 배차는 길었다. 출근 시간은 괜찮았는데 퇴근 시간이 문제였다. 버스를 간발의 차로 놓치면 정류장에 앉아 사위가 어두워져가는 걸 하염없이 지켜보곤 했다.

안그래도 피곤한데 집에 가지도 못하고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자주 부아가 치밀었다. 집에는 가고 싶고 택시를 탈 배짱은 없는 나는 차를 사자는 간 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다행인지 이후 서울로 이직하면서 대중교통이 드물어서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쏙 들어갔다.

그랬는데. 나는 요즘 다시 자동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외근과 출장, 외부 미팅이 많아졌는데 이동할 때 오는 피로를 막을 수가 없어서다. 서울 안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면 지하철을 잘 활용하면 되는데 문제는 서울 근교나 경기권으로 이동해야 할 때다. 가끔 판교나 동탄, 수원을 다녀와야 하는데 양재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가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또 내려서 목적지까지 걷고..

솔직히 말해야겠다. 갤럭시 워치는 내가 매일 1만보 걷기를 달성했다고 축하해주지만 나는 이제 걷는 데 좀 지쳐버렸다. 같은 피곤함이라면 차라리 차안에서의 뻐근함을 견디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머리가 커져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자동차를 사면 목돈을 못 모은다고 경고했지만 자동차가 없어도 목돈을 모으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자동차 소유가 분수에 맞지 않은 사치스러운 생각일 수도 있고 상황에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해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엔카와 케이카 어플리케이션을 들락날락할 것 같다.

언젠가 내 차가 생기면. 바람이 시원한 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커브가 완만한 주황빛 북부간선도로를 달리고 싶다. 내가 몰고 있는 게 비단 자동차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드라이브 마이카. 드라이브 마이 라이프, 화이팅이다.

그러나… ‘사치’ 또한 오랜 기간 묵히고 나면 일종의 ‘필요’가 됩니다. 고생한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랄까. 참고 오래 고생했으니 이제 내가 저걸 갖는 건 사치까지는 아니다, 라고 할까. 그렇게 해서 갖게 된 것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분명히 오버스펙인 맥북프로, 태블릿PC, 최근엔 미러리스 카메라… 기껏해야(?) 한 달 월급 정도로 퉁칠 수 있는 물건들이죠. 음… 어른스럽게 이제는 스케일을 키울 때도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마감도비님 한 대 뽑으시면 저도 태워서 드라이브나 가시죠!

제가 차에 대한 욕심이 왜이리 없는 걸까 고민해 보니, 아마 학생 때 차로 등하교하며 운전의 피로함을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운전이 무섭거든요. 서울의 성난 차들에 뒷범퍼가 깨지는 건 아닐지, 한강 다리를 돌다가 강가로 훌쩍 빠져버리는 건 아닐지 하는 상상을 하면 말이죠. 차를 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교통수단에서 여유로이 책을 읽고 웹서핑을 하는 편이 좋네요. 다 쓰고 보니 이게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랬었는데, 저도 요즘은 차를 끌고 싶네요. 애인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거처를 옮겼거든요. 차만 있다면 더 자주 보러 갈 수 있을 텐데, 차만 있다면 더 편하게 여기저기 놀러다닐 수 있을 텐데. 여기보다 더 나은 어딘가로, 함께 떠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자동차가 갖고 싶어지나 봅니다. 여타의 운송수단과 구별되는 자동차만의 도드라지는 차별점은 역시 조수석이죠. 어쩌면 마음속에 조수석을 마련해두는 게 어른의 조건일지도 모르겠네요.

야망백수님, 그래서 야채곱창 드셨나요............?

아매오님 혹시 ENFP신가요?ㅎㅎ 다른 MBTI 성향은 잘 모르지만 제가 ENFP인데, 저랑 너무 비슷하셔서 혹시 같은 재질(?)의 사람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운 마음에 처음으로 풀칠러 메세지를 보내봅니다:)

저는 취미를 정말 다양하게 즐기는데, 그 이유가 한 가지를 끈기 있게 못하는 성격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보내주신 글을 보고 생각해보니 말씀하신 영어 공부도 취미에 포함이 되어있었네요. 공부에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그냥 재미있어서 정도가 이유라면 이유일까요? 어느 날은 마케팅, 어느 날은 영어,, 독서도 어찌나 다양한 분야를 기웃대는지! 남들이 무슨 종류의 책을 좋아하냐 물어보면 뭐 하나 콕! 집어서 말할 수가 없어요. 뭐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걸 좋아하고, 또 취미는 말 그대로 취미인데 한 가지를 꼭 끈기 있게 해야 하나? 싶어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취미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그것들을 돌아가면서 즐기고 있습니다. 그 덕에 장비가 많으니 미니멀한 삶은 꿈도 못 꾸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까요..?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취미에 집중을 하다가 지겨우면 다른 취미를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떤 유튜브에서 요즘 사람들이 자기계발에 강박이 있다는 강연을 봤습니다. 그 후로 제가 즐기는 이러한 것들이 (예를 들면 영어 같은) 또 하나의 자기계발 강박이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던 와중인데, 외국어 공부도 취미다! 라는 워딩이 제 마음에 깊이 박혀들었습니다. 어쩌면 아! 내가 즐기는 걸 강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앞으로도 취미로써,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일하듯 놀고, 놀듯 일한다는 것이 특정 개인의 삶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메시지가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는 의도치 않게 불안감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계발 강박증도 그 중 하나고요('내가 자기계발 강박인가?'라고 의심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모두 자기 자신에 맞는 태도를 발견하고 수련해 나가면 참 좋을 듯합니다. 풀칠러님은 길을 찾는 데 그래도 좀 성공하신 것 같네요. 하핫. 아참, 제 MBTI는 ENFJ입니다. 근사하게 맞히셨네요, 허허.

2023년도에는 한자1급, 컴활2급을 꼭 취득하리라 다짐만 하고..아직 실천은 못했습니다..ㅎㅎ 아매오님 중국어 공부 시작하신 걸 보니 저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업무를 위해서, 커리어 달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자격증이나 공부는 아니지만 매해 무언가를 공부하겠다고 다짐하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이 큰 쾌감으로 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공부하라고 자신을 너무 다그치고, 재촉하지는 않으려구요..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고 '재밌게'공부 하고 싶습니다 : )

무언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표인 공부를 하는 경험은 참 귀합니다. 하지만 평생토록 단련된 몸이 저도 모르게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뭐하고 있는 것이야!' 호통 칠 때가 생깁니다. 귀를 막아야 하는데... 언젠가 스터디 플래너를 쓰고 있더라고요. 물론 결과는 좋지 못 했고요. 중국어 공부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재밌게' 해보렵니다. 풀칠러님도 함께 화이팅입니다요!

공부가 취미'라는 말을 듣자마자 저희 시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내일모레 환갑이신데 공부가 취미셔서 밤늦게까지 과제와 시험에 매달리시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말로는 '할줄아는게 책보는 것 밖에 없다'라고 하시는데 그거만큼 대단한게 있나요? ㅎㅎㅎ 여전히 사이버대학을 통해 강의를 들으시고 졸업하면 다른 공부와 다른 강의를 찾아 취미생활(?)을 하시는 것을 보면 저도 본받아야겠다... 생각만 합니다. 실천은 잘 안돼요.

반갑네요! 몇 년 전부터 저희 어무니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쳐보이셔서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저도 올해는 어무니 만큼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야 할 텐데… 역시나 실천하기가 쉽지 않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