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주 풀칠 마감 당번 마감도비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 풀칠 주제는 거북목입니다. 원래도 거북목이 심했지만 앉아서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유독 목이 아프기 시작하네요. 그뿐만 아니라 목, 어깨, 허리, 손목 등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회사를 탈출하기 전 목 디스크가 먼저 탈출할 것만 같은 아찔함, 여러분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러분만의 목 건강 유지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언젠가부터 의자를 부여잡고 몸을 비틀며 괴성을 지르는 일이 잦아졌다. 스스로 목이나 어깨를 있는 힘껏 때리는가 하면, 어떨 땐 양 손으로 머리와 반대쪽 턱을 부여잡고 한껏 목을 꺾기도 한다. 마치 이토 준지 만화의 한 장면 같다. 제목을 짓는다면 ‘직장인’편이 적당하겠다.

목의 통증이 부쩍 심해진 요즘이다. 놀랍다기 보단 올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하는 심정이다. 뻔한 레퍼토리다. 모니터에 지친 직장인의 목이 거북목, 일자목 등 철사처럼 구부러지다가 마침내 디스크가 탈출해버린다는 이야기 말이다. 사무실에서 이따금 시큰해진 목을 부여잡고 천장을 가만히 바라본다. 과로와 산재의 거리는 얼마나 멀까 하고.

비단 목뿐만이 아니다. 어깨, 허리, 손목 안 아픈 곳이 없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 손목에 파스를 두르고 있으니 회사의 누군가가 지나가면서 태평한 한 마디를 한다. 왜? 어제 운동하다가 다쳤어? 그 순간 단전 깊은 곳에서 머리끝까지 열이 확 치밀어 오른다. 어제 밤늦게까지 야근하다 잠들었는데 운동? 누굴 놀리나. 화병까지 얻은 채로 있는 힘껏 마우스를 누르면, 제길, 손목이 더 아파온다.

기사를 보니 주 52시간 이상 일하면서 근로시간이 불규칙하면 근골격계 통증을 겪을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이거 그냥 내 얘기네 싶었다. 근무시간이 길고 불규칙적일수록 유병률이 비교적 높다고도 한다. 하, 그냥 내 인생을 스포일러 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근골격계질환은 단순 통증에서 시작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 질환, 생산성 저하, 조기 퇴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멘트에서 마냥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은 입버릇처럼 요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뻣뻣해진 몸을 조금이라도 유연하게 만들고 싶어서 말이다. 물론 말 뿐이다. 요가를 하러 갈 시간이 있었다면 좋아하던 달리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애초에 이렇게 온몸이 뻣뻣해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몸이 아파왔는데 마음이 시리고 죄책감이 들기까지 한다. 이렇게 아픈 게 다 내 잘못인가 싶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회사 계단으로 가 열심히 스트레칭을 해보지만 헛헛하기만 하다. 마치 약수터에서 선캡을 쓰고 박수를 치며 거꾸로 걷거나 기기의 탄성을 빌려 제 몸을 들어올리는(기구 이름을 모르겠다) 어르신이 된 것만 같다. 계단에서 통화를 하기 위해 나온 누군가에게 벽과 부비부비하는 모습을 들켜 민망해지곤 하는 것도 내 몫이다.

그래도 거북목과 일자목에겐 무수히 많은 동료가 있어 외롭지다. 퇴근길 지하철 역 근처에서 재활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 병원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감히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는다. 도수 치료 가격은 왜 그리 비싼 것인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써도 되는 것인가 싶다.

구제불능 회사생활에 지친 요즘, 재활이 간절하다. 무엇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나와는 전혀 무관하지만 어떤 회사들은 안식월이라는 걸 운영한다고 들었다. 사람이 일주일에 5일보다 더 많이 출근하면 안 되는 것처럼 사람이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면 안되는 게 아닐까. 이 글을 적다가도 점점 앞으로 돌출하는 얼굴을 다시 한 번 뒤로 당겨본다.

내가 회사에서 탈출하기 전에 내 목디스크가 먼저 탈출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목을 어루만지며 바라는 내 간절한 소망이다.

파주 :  목 디스크가 오면 목이 아닌 어깨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비가 오는 소식을 일기예보가 아닌 어깨통증으로 알아차리는데요. 지난주에도 통증의학과에서 주사를 한 대 맞고 왔지만,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통증이 없던 때가 언제였는지... 이쯤되니 학창시절 내내 도라에몽으로 살아온 보부상이기에 감당해야 할 업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체념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 세계의 이과분들이 힘을 내어 언젠가 목을 갈아끼울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사이보그가 되어도 좋으니 이 통증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우리,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겠죠...?

파주

솔직히 말해, 요즘 들어 마음의 병을 두고 경솔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괜히 속을 끓인 적이 많았는데요. 직업적으로 이것에 대해 고민하는 분께 귀한 품앗이를 받으니 감사한 마음이네요. 고마운 마음을 담아 풀칠러님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