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금주의 에세이 당번 아매오입니다. 다들 백신은 잘 맞으셨나요? 무탈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1차 때 <오징어 게임>, 2차 때 <갯마을 차차차>를 박살냈답니다. 이젠 맞지 않은 사람이 더 드물다보니 백신 접종 그 후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해요. 제 주변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떤 유형에 해당하시나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주도 무사히 마무리하시길! 스몰토크 소재 풍년이다. <D.P.>로 시작해 <환승연애>, <오징어 게임>을 거쳐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와 <갯마을 차차차>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5대 콘텐츠 덕분이다. 이것들만 클리어해도 부족한 말발로 인해 생기는 오디오 공백에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취향존중이 미덕이고 맞춤형 콘텐츠가 대세인 개인 밀실의 시대에 광장의 탁 트인 공기를 마실 수 있다니! 지금도 매우 드물지만 앞으로는 더 귀해질 현상이다. 실컷 누려야 한다. 그에 못지 않은 소재가 또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재 국내 1차 접종률은 이미 80%를 넘어섰고, 2차 접종률도 근접한 수치를 기록하며 따라가고 있다. 특히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이들은 인원 제한 지침에서 특별 대우를 받았는데, 주변에 그런 '투명인간'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걸 보며 80%라는 수치를 체감한다. 그러고보니 이번주를 기점으로 나도 투명인간이 됐다. 단계적 일상회복도 함께 시작되며 메리트가 줄긴 했지만. 이정도면 꽤 공평한 축에 들지 않나. 백신 접종 후에 찾아오는 컨디션 난조 현상 말이다. "화이자는 2차가 진짜라던데요?" "모더나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팔 뻐근한 게 생각보다 오래 가네요." 잘 몰라도 이런 말로 대화를 이어가면 얼추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맞은 사람이 나중에 맞은 사람에게 자신의 남은 타이레놀을 나눠주는 아름다운 풍경도 자주 목격된다. 타이레놀 권하는 사회라니. 얀센 접종자는 그 따뜻함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주변 직장인들을 관찰한 결과 2차 접종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사실은 공평하지 않다. 백신 접종 후에 찾아오는 컨디션 난조 현상, 그에 대한 태도 말이다. 백신 휴가를 주는지, 주지 않는다면 연차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혹시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비할 여건이 마련돼 있는지 등에 따라 우리는 위에 나열한 유형 중 어디든지 해당될 수 있다. 심지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건 그저 나의 주변을 관찰한 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부가 아니겠지. 이것은 백신 접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공평하지 않은 '쉼'에 대한 선택권 이야기다. 우리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가. 여기에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남은 연차가 너무 많아 연말에 자체적으로 주4일제를 시행할 수도 있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자조적 블랙코미디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일의 대립항으로서 쉼이 아닌 온전히 쉼 자체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제 '워라밸'이라는 단어도 은퇴할 때가 됐다. 파주 : 2차 접종을 마치고는 사무실로 허겁지겁 뛰어간 불안한 눈빛의 하드워커형 인간. 네, 그게 바로 접니다. 하필 그날 술자리를 콘셉트로 촬영하는 바람에 음주까지 하고 말았죠. 백신 접종도, 일도 잘 끝냈다는 후련한 마음으로 마셨으면 좋으련만 정확히 그 반대였어요. 급하게 벌인 일 때문에 큰일이 났다 싶었고 스스로를 자책하기 위한 행위로 냅다 들이킨 거였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 마신 소주가 꽤나 달았고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즐겁게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급하게 벌인 일도 잘 수습됐고요. 심지어는 자기파괴적 행위로 마신 음주조차 숙취 없이 말끔했습니다. 사람이 정말 죽으란 법은 없나 봐요. 직장에서 늘 개복치가 되는 저는 가끔씩 하루치 연차를 쓸 때도 두려움이 솟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저의 실수로 촉발된) 어마무시한 사고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달까요. 이건 제가 바다를 산책할 때마다 심해 속 괴물이 나타나면 어떡하지,라고 망상에 망상을 더하는 유형의 인간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2차 접종일의 일탈이 그랬듯 쉬는 것도 노는 것도 냅다 질러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당장은 상당히 ㅈ된 거 같아도 어찌 됐든 일은 결국 끝나게 된다는 것. 그러니 마음 편하게 쉬어도 된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어요. 마감도비 : 저도 최근 백신을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투명인간’이 됐는데그 과정에서 1번 ‘불안한눈빛형’이었네요. 1차와 2차 접종일 모두 다음날 연차를 냈습니다. 2차 접종 후에는 부작용을 걱정했는데 하루 종일 푹 자는 걸로 잘 지나갔습니다. 타이레놀 먹고 곯아떨어져있는데 회사에서 업무 때문에 전화 온 것만 빼면 말이죠. 코로나19가 불러온 백신 접종 사태가 실은 쉼에 대한 선택권과 관련된 문제라는 문장이 와닿네요. 공감합니다. 방역 수칙 중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게 '아프면 쉬라'였으니까요. 위드코로나가 되더라도 각종 회식은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라고 되찾은 일상이 아니잖아요. 제발! 야망백수 : 오늘 아매오님의 에세이를 읽으니 백신 맞은 날은 아니지만 너무 쉬고 싶네요. 그런 김에 ‘쉼’에 대해서 한번 고찰해 봤습니다. ‘쉼’이란 당최 무엇일까요. 일의 대립항으로서 쉼이 아닌 온전히 쉼 자체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적으셨군요. 여기서부터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닉값하느라고 꽤 오래 무직자로 살아봤는데요, 일이 없으니까 쉬어도 쉬는 게 아니더라구요. 일이 있어야 휴식도 생겨나는 이른바 '백수의 역설' 을 몸소 겪어보니 일과 쉼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 본체와 그림자 같은 관계임을…뼈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에에...그러니까 '백수의 역설'을 따른다면, 쉼이란 일의 대립항입니다. 그런데 왜 많은 직장인이 일이 있음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일까요? 휴식시간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도 물론 맞겠지만, 저는 이미 확보한 쉬는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느껴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라는 말이 나올 리가 없잖으니까요.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는 걸까요? 그건...아마도...불안이겠지요. 일이 생존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시대다보니 쉼도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밑천이 되어버린 겁니다. 퇴근 후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부터 자기계발을 위한 문화생활, 헬스까지…취미와 자기계발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해졌죠. 그래서 온전히 쉬려면 아예 마음먹고 여행을 떠나든지 호캉스를 가든지 해야 합니다. 일이 없으면 휴식도 없는데, 그 휴식마저 일이 제구실을 못해서 즐길 수 없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이쯤에서 워라밸이란 말을 뜯어볼까요. 일의 대립항은 쉼이니까, work&break blance가 되어야 할 텐데 work&life, 휴식 자리에 삶이 들어가 있죠.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건 물론 반갑긴 합니다만 이 말을 곰곰이 뜯어보면 일과 쉼이 삶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삶을 집어삼킨 세태를 드러내주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쉼의 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생존으로 쪼그라든 삶을 어떻게 하면 쫙 펼 수 있을까요? 생존 자체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서…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는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즈음엔 휴식이 필요 없는 로봇까지 쫓아오고 있기 때문에요. 이 답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로봇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휴식마저 철폐하고 스스로 로봇이 되려 할지도 모릅니다. 말하고 보니까 병가는 쓰기 어려운데 백신휴가는 상대적으로 쓰기 쉬운 것도 좀 열받네요. 새 운영체제 다운로드하는 동안 잠깐 컴퓨터 멈추는 거 봐주는 느낌 같아서요. 휴…저 정말 일과 쉼, 삶에 대해서 한번 진득하니 생각해 보고 싶거든요. 인간성을 위해서요. 근데 일하느라 시간이 없네요… 풀칠짤방토크 부록 연륜 : 있을게 by.야망백수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풀칠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 풀칠 팀 : 가을 즐기기 좋은 요즘입니다. 러닝독종 마감도비는 러닝화를 샀네요... 풀칠러 여러분의 이번 주 풀칠 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오늘 저희가 보내드린 이야기들, 어떠셨나요? 저희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일하면서 겪은 일, 늘상 끌어안고 있는 고민, 오늘 편지에 대한 피드백 무엇이든 좋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여러분의 풀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호에 보내주신 풀칠이야기 답장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어이 거기 풀칠 멤바들! 자네들 혹시 이거 좋아하나...? 이번 주도 분골쇄신 🌾풀칠🌾 만드느라 고생한 야망백수, 아매오, 파주, 마감도비에게 김밥 한 줄 쏘고 싶으시다면 아래 버튼으로 후원해주세요🍚 풀칠러님의 따뜻한 응원은 저희가 계속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밥벌이 에세이 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