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호 풀칠이라니! 제가 언제 풀칠을 보기 시작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꽤 오랜시간 함께 있었던 것 같네요. 앞으로도 쭈욱 옆에 있어주세요 ㅎㅎ 200회까지 고생많으셨고 축하드립니다♥

200회를 기점으로 쉬고 오신다셨으니, 지금 쓰는 이 글이 언제 어떻게 메일함으로 돌아올지 모르겠군요. 그럼에도 이 보라색 칸이 21세기 방식으로 최단기간 내에 열어 재낄 타임캡슐이라는 생각으로 써내려가보겠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주제가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4년, 200호!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다른 말을 고르고 골라보았는데 결국 직장인의 상투적인 표현이 불쑥 튀어나와 저조차도 당황스럽습니다. 그러니까 음... 그 간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퇴근 후엔 생각하기도 싫을 직장 이야기를 잘 풀어내주신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석사 학위 하나로 콧대 높게 우쭐댔던 신입사원은 어느덧 누가 학벌이나 학위를 물어볼 일도 없는 대리 1년차가 되었습니다. 열 차례 정도 풀칠 품앗이에 글을 보태고 게스트성의 다른 풀칠러들 글도 재밌게 읽다 보니 2024년도 어느새 9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네요. 올해는 유독 다른 해 보다 성취감이나 보람이 없이 지나가는 듯 하네요. 그래도 자신할 수 있는 한 가지, 올해는 참 열심히도 읽었습니다.

누군가의 주간 보고서를, 또 누군가의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 잡은 글을, 펑크의 위기를 몇 번이나 넘나 들며 내 메일함에서 나를 기다렸던 누군가의 습관을, 이번주도 빼곡한 승리로 돌아올까 반신반의하며 보낸 누군가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참 열심히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저에게 요즘 참 보기 힘든 진솔함이 있었기에 저도 진심을 다해 읽었습니다(글이 얼마나 팩트에 기반을 두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야망백수님!) 각자 지키는 자리에서, 허공의 온택트 방식으로다가 저까지 다섯 명, 커피를 한 잔 합시다. 커피를 마시며 24년을 조금 찌질하게 보내줍시다. 커피는 제가 삽니다. 건승하십시오.

저도 22년 말에 풀칠을 구독하기 시작했는데요.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돼서 어떻게 하면 월급루팡이 되나.. 월급루팡을 키워드로 검색하는 중에 풀칠을 찾게 됐던 걸로 기억해요ㅋㅋㅋ 구독하던 수많은 레터들이 사라지거나 귀찮아서 구독을 끊었는데 아직까지 풀칠은 함께하고 있네요. 풀칠은 제게 뭐랄까.. 얼굴을 모르는 펜팔 친구 같달까요 (내적 친밀감만 생김) 4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매주 꾸준히 글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했어요. 저는 직업 특성상 딱딱한 기술 관련 글을 작성해야 하는데 참 재미가 없거든요. 누구나 읽기 싫어할 만한 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풀칠의 글은 어떻게 저 키워드 하나로 이런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이런 생각을 다하지? 싶은 글이 매주 와서 참 신기했어요. 아무튼... 풀칠 멤버들도 회고하는 시간 같아서 저도 괜시리 풀칠과 언제부터 함께 했는지 찾아보게 됐네요🤭 연말 따뜻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정한 풀칠 레터, 밥 벌어 먹고 사느라 힘든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제 밥벌이를 향한 힘듦을 덜어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작은 불가사의를 함께 한 시간이 저도 참 귀합니다. 어렸을 때... 손바닥보다 작은 유머책, 화장실책... 중에 UFO 따위를 다루는 불가사의책이 있었는데 혹 아시나요? (8090년생 주의보 삐요삐요) 우리가 나누는게 그렇게 작고 무용하고 그런데 그 가운데 우리의 에너지는 무용이란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그 시간이라면, 저는 몇번이고 몇날며칠이고 몇이 닳도록 그 순간들을 함께하고 싶어요. 다 떨어진 일상을 풀칠로 붙여 살아낸 때가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언제고 돌아오실 수 있도록 아랫목 비워두어요.

돌아와요 풀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