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때 거짓말을 했어요. (아이스크림을 팔고 싶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진실과 허구를 마음대로 편집해도 괜찮은 상황에서조차 진실을 택할 용기를 못 낸 거죠. 왜 그랬을까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그때의 기억은 꽤 오랜 시간 숙취처럼 남더라고요.

아마도 저는 완벽한 이유와 근거를 마련해 두고 싶었나 봅니다. 삶을 매끄러운 이야기로 편집하고, 퇴고하고 싶은 욕망에 붙잡혀서 허구의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지 못했던 거죠. 아직 내 이야기가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변명 삼아, 저는 지금도 진짜 원하는 선택을 하는 걸 미뤄두고 그냥저냥 바쁘게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매오님의 장사 선언을 읽다 보니 결국엔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삶은 삶’이란 생각이 스치네요. 선택에 대한 근거를 엮어서 매끄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근사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냥 삶을 살아내는 게 더 나은 선택이란 생각도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라면, 구조가 엉성하든 표현이 난해하든 누군가에게 비판받을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되겠죠.

아매오의 새로운 풀칠도 응원하겠습니다. 덕분에 풀칠에 담기는 밥벌이의 풍경이 더 다채로워지겠네요.

*무슨 책 얘긴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TMI :

풀칠러스케치 단행본, <풀칠이라는 농담>책을 만들었습니다. 출간 기념 이벤트로 신청하신 풀칠러님들께 책을 보내드렸어요. 책이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조만간 다른 이벤트를 열어보겠습니다.

매주 수요일 자정마다 풀칠레터의 발송 버튼을 누릅니다.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어떤 땐 바로 어제 같고, 어떤 땐 몇 달이나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해요. 같은 일주일이더라도 매번 시간의 밀도가 다르다는 게 참 이상한 일이죠.

지난 일주일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풀칠 팀원들 모두 현생이 바빠서 풀칠 팀 슬랙은 평소보다 잠잠했고요. 팀블로그를 쓰거나, 인스타에 뭘 올리거나, 책을 입고하는 것 같은 딴짓들은 아예 엄두도 못 냈네요. 그래도 어찌어찌 이렇게 돌아와서 또 한 번의 메일을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간의 파도 속에서도 무언가를 놓치지 않으려면 역시 다른 누군가와 약속을 해야하는 건가 봐요.

풀칠 팀은 이번 주에 풀칠러님에게 또 한 번의 편지를 보내드렸습니다. 다른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요, 뉴스레터 한번, 이게 전부입니다. 그래도 발송의 약속을 한 주 더 갱신했다는 게 퍽 자랑스럽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