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칠 밥벌이 애환 에세이레터 “수요일 밤, 평일의 반환점마다 찾아갑니다” 안녕하세요, 풀칠에서 극강의 INFP를 맡고 있는 마감도비입니다. 저는 이번에 퇴사 및 이직 썰을 가지고 왔습니다. 직장인 애환 에세이치고는 히든카드를 좀 일찍 꺼낸 셈인데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제가 얼마 전 퇴사와 이직을 모두 겪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여파가 조금 남아있어요. ‘이직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생각을 말이죠. 그러니 나름 따끈따끈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하고 너그러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과거에 이직을 했거나, 혹은 이직을 하고 싶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이직 이유가 참 궁금했어요. 다들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항상 묻고 싶었어요. 술자리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괜히 떠보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럼에도 정작 제 이직 이유를 남에게 자세히 설명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직 이유를 말하려면 결국 떠나고 싶은 직장 얘기를 해야 하는 데 그건 마치 누워서 침 뱉기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한번은 필요한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요. 그래서 이번에는 가급적 힘을 빼고 상황이 아닌 제가 품고 있던 마음에 대해 자세히 써보려고 했습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쑥스럽네요. 부족하지만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풀칠 에세이 & 코멘트 퇴사와 이직 / 마감도비 행복한 직장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직장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조금 비틀어봤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퇴사를 하고 이직을 하는 이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어서. 이제 겨우 3년차에 접어든 주제에 모든 경우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친구들, 일로 만난 사람들, 들려오는 얘기들. 모두가 조금씩은 다른 고민을 안고 오늘의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내 경우에는 자괴감이라는 요인이 가장 컸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괴감. 이전 직장은 사기업치고는 워라밸이 나쁘지 않았다. 막내였지만 인간관계로 고민한 적도 없고 처우도 지역과 업종을 고려하면 박하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일에 대한 만족을 내려놓고 적당히 다니기에는 괜찮은 직장이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는 변수를 내려놓는다면 말이다.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좀 더 정확을 기한다면 소규모 사업장에 해당하겠지만. 그래도 대표는 어디선가 투자처를 찾아왔고 스타트업이라면 겪기 마련이라는 보릿고개를 겪지 않아도 됐다. 월급이 밀린 적도 없었다. 문제는 모멘텀도 없었다는 거다. 회사를 다닌 지 일 년 정도 됐을까.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이런저런 궁여지책을 내놓는 회의 가운데서 앞으로도 성장은 없겠다는 불길한 확신이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이직은 나에게 마치 못다한 숙제처럼 다가왔다. 이직을 통해 직업을 바꾸거나 직장을 옮기는 친구들을 보고 난 뒤에는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 대개의 경우 그들은 더 나은 처우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듯 보였다. 부러웠다. 그럼에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하지 못한 건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서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직을 준비하는 건 많은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지쳤다. 퇴근하고 나서 곧바로 집 근처 카페에 들어가 경력 기술서와 지원서를 썼지만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많았다. 꼭 내겠노라 마음먹고 있던 기업도 기한에 다다라서야 겨우 원서를 제출하곤 했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제대로 이직을 하려면 결국 퇴사를 하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하나봐, 라고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직장에 대한 자괴감은 이직 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쉽게 말해서 겁이 났다. 내가 여기를 나와서 다른 곳에 갈 수 있을까? 이런 물경력을 어디에 내밀지? 같은 생각을 늘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직에 대한 갈망(?)과 현 상황에 대한 자괴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악순환하면서 불편한 허리띠처럼 늘 나를 졸라맸던 셈이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갑작스럽게 이직을 하게 됐다. 내가 달라진 것도 회사가 달라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 라고 써도 무방할 것 같다. 사람인을 통해 지원한 이력서가 운 좋게 면접으로 이어졌고 당장 내일 모레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에 부랴부랴 연차를 쓰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직 시도가 면접으로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 양복까지 갖춰 입고 덜덜 떨면서 신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채로 면접을 치뤘다. 다음 날 언제 나올 수 있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만일 이번 이직에 만족하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머뭇거리게 된다. 급하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더 괜찮은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었고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됐다.(이건 다음 번 글에서 좀 더 풀어쓰고 싶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만족한 건 아니지만. 이제 갓 한 달이 지났으니 새 직장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건 조금 불공평한 처사 같다. 일단 탈출은 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자. 이직에는 쟁취형 이직과 탈주형 이직, 이 두 가지가 있다는데. 애매하게도 나는 그 어딘가로 향하고 말았고 오늘도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이직의 경험으로 얻은 게 있다면 내가 어떤 조직에 있었던 간에 안락했을지도 모를 그곳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날 힘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저마다의 불행이 더 나은 곳으로 스스로를 밀어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다. 파주의 코멘트 이직이라고 하니 사회에서 만난 선배 J의 명언이 절로 떠오르네요. 써금써금한 곳에서, 큰 규모의 회사로 탈출하는 데에 성공한 J에게 축하를 건네자 그는 일말의 기쁨도 없는 표정으로 비장하게 말했죠. "뭘 모르는구나? 이직한 날부터 이직을 생각해야 해." 당시에는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었죠. 제가 보기엔 정말로 괜찮은 조건(인지도, 복지 등)의 회사였거든요.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고 나서 J는 또 다른 곳으로 이직에 성공했어요. 계약서를 쓴 날부터 이직을 준비했던, 부지런한 풀칠러가 일궈낸 성과였을까요. 마감도비님은 이직의 종류를 2가지로 정의했지만, 굳이 하나를 더하고 싶어요. 이직이라는 단어만 보면 어쩐지 싱숭생숭하고 입버릇처럼 '이직하고 싶다'를 되뇌는 저의 사례를 보면 습관형 이직을 추가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이직, 단어만 봐도 늘 새롭고 짜릿해요. 아매오의 코멘트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가 떠오릅니다. 같은 팀 사원·대리급 모두가 이직 준비 중이었죠. 선배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에 대한 만족을 내려놓고 적당히 다니기에는 괜찮은 직장”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성장은 없겠다는 불길한 확신”도 따라왔고요. 결과적으로 저는 그 회사를 탈락시켰습니다. 이후 돌고 돌아 지금에 이르렀고 저는 일과 회사에 나름 만족하며 지냅니다. 물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요. 일과 회사는 물론 저에게도요. 하지만 이제 압니다. 제게도 “안락했을지도 모를 그곳에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날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요. 전 언제나 이곳보다 더 나은 곳을 바라봅니다. 그 자신감이 ‘이곳’에서의 삶을 지탱해주는 듯해요. 고민에 고민이 이어져도 끝내 무너지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도록. 야망백수의 코멘트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는 그랜드피아노를 거실에 들여놓는 순간 자기 손이 이제 피아노를 치기엔 너무 굳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 등장인물이 나오는뎁쇼. 저는 이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 아닌가 생각한답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가능성도 남아있지않음을 깨닫는 순간. 묻히지 않았다뿐이지 그 인간의 실존은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요? 비록 지금은 매일 밤 피눈물을 흘리며 샌드백을 분당 400회씩 난타하는 맛 하나로 근근히 버티고 계시지만, 분명 이번 이직으로 마감도비님의 실존수명을 늘어났을 것입니다. 개똥밭일지라도 멈추지 않고 굴러야하는 바쁘다바빠현대사회에서 풀칠하랴 실존하라 고생이 참 많은 우리네 인쉥. 눈물 섞인 땀방울을 뒤로하고 앞으로도 계속 구릅시다! 이직 축하합니다. 주간 짤방 토크 풀칠 품앗이 풀칠러 A 메일 깎는 노인이란 말이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내일도 메깎노가 되어 넘쳐나는 메일을 뚫고 항해해보겠습니다. 화이팅 :>야망백수 장마철 항해하다 표류하진 않으셨는지...비는 많이 오지만 메일은 가뭄에 콩나듯 오는 행복한 하루 보내셨길 바랍니다.풀칠러 B
여행을 다녀오느라 이제야 풀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회사를 그만둔 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간 여행이라 여행지에서 읽은 풀칠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제 메일만 해도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라 풀칠 이야기로 회상을 시작해 회사에서의 소소했던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구요ㅎㅎ 참 그랬었지, 즐거운 일들이 많았지 싶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 기획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네요. 소소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뭔가 글도 소소하게 느껴지는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적절하게 들어간 공감대 있는 코멘트도 재밌었구요. 첫 뉴스레터를 봤을 때 직접 그린 메인 그림이 흥미로워서 풀칠러들의 코멘트에도 메신저 처럼 왼쪽에 개인 그림 프로필이 들어가면 재밌겠다 생각했었는데 두번 째 뉴스레터에서 생겼네요!ㅎㅎ 취향저격이라 더 많이 그려달라 요청드리는건 욕심이겠죠?☺️☺️
아매오 퇴사 후 여행.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탈리아 해안가에서 콜미바이유어네임 감성 잔뜩 묻어나는 사진을 찍거나, 발리로 서핑을 떠나거나, 화려한 뉴욕 거리를 걷고 계셨겠군요. 전국에 풀칠러님 같은 퇴사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지만 덕분에 저희는 귀한 피드백을 얻었군요. 베푼 만큼 돌아올 겁니다. 다음 회사에선 더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풀칠러 C 메일 하나를 쓰는데 30분 넘게 걸리던 때가 생각납니다. 고작 몇줄 적어 보내는데 단어 하나하나 고민하며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일인가, 나는 멍청인가 자괴감도 들었는데요. 글을 읽고보니 작은것 하나에서부터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던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사라졌던 일에 대한 열정이 조금 다시 샘솟는것 같기도? 파주 저는 최근에 섭외 메일 한 건을 작성하는 데에 꼬박 1시간 반을 소모했습니다. 메일 수신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에둘러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정확히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하는 딜레마란... 여하튼 일을 향한 풀칠러님의 열정이 샘솟는다니 몹시 기쁘네요. 이번주에도 수북하게 쌓인 메일함을 무사히 비워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풀칠러 D
한 주의 시작인 오늘, 시작부터 많은 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몇주전 저를 충격과 공포로 몰고간 첫 문장이 기억납니다. "제가 말씀드린 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원칙적인 내용 뿐이더라구요. 시간만 낭비했네요." 저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첫번째는 분노였습니다. 그분이 직전에 장문의 메일을 주셨던걸 압니다. 하지만 행정꾼이란 것이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굴러갈 수 없기에 부득이 원칙적인 답변이 나간것이 화근이었겠죠. 그래도 비즈니스 메일에 시간만 낭비했다는건 말넘심 아니냐구요. 두번째는 민망함이었습니다. 전 결국 내 고객중 하나에게 큰 실망을, 그(녀)의 시간만 뺏은게 되어버렸으니까요. 메일을 받고 한참을 부들부들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상대방은 세상 둘도 없는 진상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안지나 그분과 통화할 기회가 닿았는데...음...진상이라기 보단 그냥 별 악의 없어보이더라구요. 목소리와 말투에서 느껴졌어요. 메일도 결국은 글을 통한 소통이기에 그 사람의 많은 것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도 잊지는 못할겁니다. 시간낭비라니ㅠㅠ 마감도비 시간 낭비라니,, 옆에서 듣는 사람까지 다 속상하게 만드는 말이네요. 내막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글도 말처럼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도 전달하는 매체인데 한 번만 더 생각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네요. 한주의 시작부터 너무나 고생많으셨어요. 우리들의 풀칠하는 이야기, 어떠셨나요? 저희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일하면서 겪었던 경험, 늘상 끌어안고 있는 고민, 오늘 읽은 풀칠 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의견 등을 아래에 있는 '나의 풀칠 이야기' 버튼을 눌러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밥벌이 에세이 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