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금주의 에세이 당번 마감도비입니다. 다들 잘 지내셨나요? 거센 비바람이 자주 부는 가을이네요. 이번 풀칠 주제는 ‘돈’입니다. 저는 요즘 연봉이 팍팍 올라서 그럴 듯한 수입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일이 힘들 때, 내가 버티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유독 그래요. 그래서 오늘은 직장인에게 돈벌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연봉이, 월급이 단순히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적은 없으신가요? 요즘엔 돈 생각뿐이다. 하루 종일 연봉이 올랐으면, 돈을 더 많이 벌었으면, 하고 바란다. 아침에 눈을 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할 때도,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에도, 일과 일 사이 한 숨 돌리며 창밖을 볼 때도, 정적이 감도는 사무실에서 자판을 두드리다 문득 천장을 쳐다볼 때도. 퇴근길 백팩을 고쳐 메며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에도. 퇴근길 골목에서 만난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도, 밤늦게 혼자 맥주 한 캔을 비우고 잠을 청할 때도. 이렇게 돈, 돈 하더라도 희망이나 바람에 그칠 뿐이지 실제로 내가 새로운 방식으로 돈 벌 궁리를 하고 있다거나 재테크를 열심히 하고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미국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친구들은 퇴근을 하고 밤이 되면 비로소 돈을 벌기 시작하는 거라던데. 나는 그런 일에 젬병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몹시 궁핍하다거나 무언가를 열렬히 사고 싶은 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살 수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바꾸고 싶고,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고 싶고, 신형 아이패드 미니를 사고 싶고, 중고차라도 하나 있었으면 싶지만. 이 모든 것은 일이 힘들 때 유튜브와 쇼핑 앱을 뒤적이면서 잠시 행복감을 젖을 뿐, 돌아서면 잊을 수 있는 것들이다. 요컨대 나는 사실 ‘돈’이라는 실체보다는 ‘돈’으로 상징되는 어떤 가치를 갖고 싶은 걸 테다. 가령, 절대적으로 어느 만큼의 돈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적어도 남보다는 적게 벌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중독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추석에 부모님댁에 내려가 잔소리나 친구들 근황을 들을 때 드는 자괴감과 부러움에서 비롯된. “개는 요즘 잘 번대.” “걔는 얼마를 받는다더라. 차도 샀대.” 등등. 또 다른 한 편으론 연봉이 무럭무럭 자라나 내 실력을 숫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 하고 있는데, 이 만큼의 성과를 냈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냐? 하고. 이직 제안을 받아도 이직 그 자체에 대한 설렘이나 솔깃함보다도 시장에서 나에게 어느 만큼의 가격을 책정했을지 궁금증이 앞선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최대한의 돈을 벌고 싶다. 단순히 연봉을 높이고 싶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내가 아직 연봉 이외의 수입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크겠지만.) 길게 보면 결코 크지 않을 수 백 만원 차이의 숫자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근거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다. 나 고생하는 건 맞지만 이만큼은 벌어. 그니까 나 조금만 더 해볼게. 부모님, 친구, 연인, 그리고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그런 점에서 직장인에게 돈벌이는 끊임없이 조율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가 만족할 만한 삶을 영위할 수준의 수입을 확보하는 것. 그게 내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다. 꼭 프리랜서만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직장인도 좋던 싫던 자기 일의 경제적 근거를 찾아야 함으로. 이를 테면 직장인의 예술가적 면모다. 매일 밤 샤워를 하면서 생각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건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 곧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나? 그게 아니라면 내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있나.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일을 했을 때 나는 지금과 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어쩌면 나 외에도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여러 기둥 등을 사이에서 방황하거나 힘겹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과 할 줄 아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누군가에겐 공동체에 꼭 필요한 일 혹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좌표가 추가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이 벌고 싶어. 나는 이 일을 좋아해. 내가 적어도 이 만큼은 받고 있으니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매일 밤 내가 되새기는 자기 위안이자 자기 세뇌다. 정말이지, 이번 생에 부자가 되긴 글렀지만. 적어도 풍요로운 마음만이라도 가져보고 싶다. 파주 : 부자가 되고 싶다. 솔직히 말해 저 또한 하루에 오십 번도 넘게 이 생각을 떠올립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말이죠. 으슬으슬 온도에 떨면서 출근을 위해 씻을 때, 비슷비슷하게 생긴 옷을 골라 입는 시간에도요. (유독 아침시간에만) 모든 층마다 멈춰 서는 엘레베이터 앞에서도 그렇죠. 애매하게 움직여서 지하철에 앉을 자리를 간발의 차로 놓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출근도 하지 않았는데 상황을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다섯 개나 적어냈네요. 아시겠지만 출근은 시작일 뿐이죠. 직장에서도 많은 고난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급건이나 사고가 들이닥칠 때면 저는 손을 떨면서 되뇌곤 합니다. '아, 부자가 되고 싶다'라고요. 인간적으로 말이죠, 세상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들이는 수고와 참아야 하는 고통이 너무나도 많잖아요? 물론 부자가 돼서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부자가 된다고 바로 사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회사에서 부딪치는 업무와 위기상황이 (아직은) 사회초년생인 저를 성장시킨다고 믿거든요. 회사를 다니면서 깨우친 사실도 많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기란 힘들다는 사실. 잘한다고 믿었던 일도 현실적으로 봤을 때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자기객관화. 퇴사의 민망함과 이직의 힘겨움까지도요. 이렇게 보니 연봉 만큼이나 귀한 배움을 참으로 많이 얻었네요. 회사가 저를 필요로 하듯(그러니까 월급을 주는 거겠죠?), 저도 아직은 회사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이 코멘트를 남기는 순간도 출근의 괴로움은 여전하지만요. 내일 아침에는 자비로운 마음을 가진 채로 출근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아매오: 종종 "일확천금을 바란다"고 얘기합니다. 꼭 뜻을 풀어 덧붙여요. "나의 퍼포먼스에 합당한 금전적 보상으로 큰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노력 없이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이라고. 반은 진심, 반은 농담입니다(실은 51:49로 진심일지도...흠흠). '일'에 대해 고민할 때 금전적인 요소는 최대한 후순위로 놓고 싶다는 마음을 반영한 것이죠. 제가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불편함들이 다 그러한 태도로 인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뭐, 아직까진 저도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한가 봅니다. 부자. 한때는 포기, 기껏해야 냉소로 대했던 단어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깝지 않은 건 마찬가지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 대신에 추구하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사실은 꽤나 긍정적입니다. 무언가를 추구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근육이 되어 남을 테니까요. 혹시 모르죠. 늦더라도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날이 올 수도. 그렇다면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무엇이든 추구하고 쟁취하고자 노력하는 지금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너무 늦었지만, 뭐...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야망백수 : 작품활동으로만 삶을 꾸리는 것이 예술가의 오래된 꿈이라면, 근로소득으로만 삶의 기반을 꾸려내는 것은 동시대 직장인들의 새로운 꿈이죠. '일로만 먹고 사는 직장인'은 왠지 좀 아이러니컬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평범한 삶'이 가장 큰 낭만이 되어버린 시대니까요. 유쾌한 상황은 아니지만, 저는 종종 우리가 평범함에 닿기 어려워진 만큼 예술엔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술이 뭔지는 물론 잘 모르지만요.) 흔히들 하는 얘기를 빌려서 예술을 밥벌이보다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 이를테면 자기만의 아름다움같은 것을 쫓는 여정이라고 한다면, 우린 월급이 시원찮은 덕분에 본의 아니게 월급보다 더 큰 것을 추구하기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거죠. 일에 치이는 날엔 노예라고 자조하기도 하는 우리지만, 월급을 목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로 다룰 수만 있다면 진짜로 노예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저희 풀칠 새 시즌을 열며 슬로건도 조금 바꿨죠. '밥벌이의 슬픔과 기쁨'에서 '밥벌이 그 이상의 풀칠을 위해'로요. 밥벌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거기까지 가 닿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지도 않지만 멀리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종종 신이나서 혼자 웃곤 합니다. 휏휏휏…하고요. 곧 내년이네요. 그래도 내년엔 조금 더 벌어보죠 우리. 근거는 탄탄할수록 좋으니까요. by.야망백수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쉬어서일까요. 풍경에서 가을이 아닌 겨울 냄새가 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풀칠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들... (위에서부터 파주, 야망백수, 아매오, 마감도비) 오늘 저희가 보내드린 이야기들, 어떠셨나요? 저희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일하면서 겪은 일, 늘상 끌어안고 있는 고민, 오늘 편지에 대한 피드백 무엇이든 좋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여러분의 풀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호에 보내주신 풀칠이야기 답장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어이 거기 풀칠 멤바들! 자네들 혹시 이거 좋아하나...? 이번 주도 분골쇄신 🌾풀칠🌾 만드느라 고생한 야망백수, 아매오, 파주, 마감도비에게 김밥 한 줄 쏘고 싶으시다면 아래 버튼으로 후원해주세요🍚 풀칠러님의 따뜻한 응원은 저희가 계속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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