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금주의 에세이 당번 아매오입니다. 여러분은 '회고'를 하시나요?
멋진 취향러나 일잘러들이 '소비'나 '기록'만큼 자주 언급하는 스킬셋이죠. 잘난 사람들을 향해 괜히 심통 부리고 싶은 못난 마음 때문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좋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더라고요. 회고를 통해 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제 자신이 동기부여 되는 포인트를 짚어봄으로써 그동안의 경험과 현재 놓인 상황, 앞으로의 계획을 보다 전략적으로 엮을 수 있었죠. 연속되는 연휴를 발판 삼아 이번주에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다음달은 공휴일이 없는 통곡의 11월이잖아요. 하하... 오늘도 메일 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비판으로 움직이는 사람, 칭찬으로 움직이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꽤 오랫동안 나는 내가 비판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믿고 싶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내 실력으로 착각하는 것보다는 한 문제를 틀리더라도 꼼꼼하게 오답노트에 기록하는 편이 훨씬 쿨해보였으니까. 편안하고 좋은 것에 머무는 것보다는 불편하고 불안한 상태를 딛고 나아가는 모습이 더 가치 있게 느껴졌으니까. 이제는 인정한다. 나는 춤추는 고래다. 삶의 가장 큰 동력을 칭찬에서 얻는다. 좋아하는 걸 얘기할 때 꼽는 세 가지는 사람과 술과 글. 전부 다 언젠가 한번쯤 칭찬 받았던 것들이다. "아매오는 사람들이랑 두루두루 친하잖아", "아매오 술 잘 먹네", "아매오 군은 글을 참 잘 쓰네요" 같은 말들이 모여 나를 만들었다. 립서비스의 농도를 경계하면서도 나는 결국 나에게 닿았던 좋은 말들을 뜯어 먹으며 살아왔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칭찬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비판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아무 생각도 않을 거라 여기면 곤란하다. 오히려 반대다. 칭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비판 받을 만한 부분이 어딘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비판에서는 웬만하면 큰 동력을 얻기 어려울 뿐이다. 다 떠나서 이미 아는 것을 누군가 짚어준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새롭게 느껴질 리 없으니까. "나도 알아!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건 결핍이다. 욕망 자체가 결핍을 채우려는 마음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칭찬에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이 칭찬 받을 만한 부분이 어딘지, 특출난 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칭찬을 들으면 "아니에요"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꼭 있을 것이다. 그거 겸손 아니다. 실제로 아니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같은 칭찬을 몇 번 반복해서 듣고 나서야 겨우 실눈 뜨고 쳐다보는 게 그들이다. 나로 말하자면 그때 비로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칭찬에서 얻은 동력은 단지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고 잘하는 걸 더 잘 하게 만드는 데 모두 소진되지 않았다. 틀린 부분을 고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도 충분히 쏟을 수 있을 만큼 남았다. 처음부터 칭찬과 비판은 클리어 해야 하는 스테이지 순서만 다를 뿐 성장에 다다르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같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 각자에게는 각자 맞는 길이 있는 법이다. 월말이면 팀별로 모여 업무회고를 한다. 데일리 루틴 업무, 프로젝트 업무, 이번달 세웠던 목표, 다음달 달성하려는 목표, 잘 했다고 생각한 부분(Keep),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Problem), 시도해볼 만한 부분(Try) 등을 적고 이야기를 나눈 뒤 상호 피드백을 적는다. 팀원과의 대화나 피드백은 특히 KPT(Keep, Problem, Try)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그래서 이쪽 단락을 더욱 길고 자세하게 적는다. 하십시오체와 음슴체로 문체부터 다르다.
*KPT회고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어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팀 문화의 탄생> by 손권남 좀 우습긴 하지만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확실하게 칭찬 받았던 부분이 회고다(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배울 점을 찾아내는 모습과 그것을 적용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에 인사이트가 있다고 한다. 본 업무가 아니라 그것을 되돌아 보는 일에서 제일 큰 인정을 받는 게 썩 유쾌하기만 하진 않지만 그래도 칭찬은 좋다. 어쨌든 내가 느낀 것들을 글로 정리해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얘기니까. 그것도 내 장점이지. 한편으로 평소의 팀워크에 있어서도 이러한 성향 파악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타인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전제하게 된다. 내가 비판에 심드렁한 만큼 상대는 칭찬에 무감각할 수도 있고, 내가 칭찬에 춤을 추는 만큼 상대는 비판에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인 피드백은 물론 손발을 맞춰가며 일할 수 있는 것이다. KPT를 개인 차원에서 다시 풀면 칭찬 받을 만한 부분, 비판 받을 만한 부분,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다. 나는 무엇으로 움직이는지 아는 것은 일종의 기술로서 '칭찬X비판=성장'의 방정식을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풀도록 돕는다. Better than Yesterday.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결국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며 사니까. 지금은 미약하기 그지 없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빽빽하게 채워 넣은 회고란이 더 큰 성장을 떠받치는 단단한 토양이 돼줄 것이라고 믿는다. 파주 : 얼마 전 회사에서 '태니지먼트'라는 강점 검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두꺼운 테스트 결과지가 저에게 말해주더군요. 총 8가지 강점 중에서 네놈이 가진 강점은 동기부여라고요. 창조와 완성, 탐구 등등 매력이 솔솔 넘치는 강점이 참 많았는데, 하필 동기부여라니... 솔직히 좀 의외였습니다. 제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서 동기부여가 강점이라니!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강점 또한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모양입니다. 제가 못난 탓에 다른 사람들이 자주 멋져 보였고, 그렇기에 남들에게 쉽게 동기부여 할 수 있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저는 꽤 훌륭한 으쌰으쌰맨으로 통했거든요. 용기백배의 버프스킬을 가졌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 건 정작 스스로를 잘 독려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비용까지 치뤄가며 강점을 발견했으니 이제는 제대로 행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이왕 강점이 동기부여라면, 저 자신을 응원하는 데에 101% 활용해 보자고요. 팀원들에게 자주 하는 '좋죠 좋죠!'를 가끔씩은 스스로에게 외쳐주면서요. 아매오님의 회고가 단단한 토양이 되듯이 저에게도 이 동기부여가 좋은 영양제가 될 거라고, 일단은 믿어보려고 합니다. 마감도비 : 자신감과 인사이트, 응원까지 잘 버무려진 춤 한 판이라니. 마치 ‘스트릿우먼파이터’의 한 장면 같은 글이네요. 갑자기 진지 모드가 되자면 한국 사회는 칭찬에 참 인색한 거 같아요. 그리고 듣는 입장에서도 칭찬을 겸연쩍어 하죠. 이런 분위기에는 칭찬을 부가적인 요소로 여기는 인식도 한 몫 하는 거 같아요. 칭찬을 들으면 ‘저 사람이 굳이 칭찬을 해줄 의무는 없는데, 없어도 될 말이었는데 이 사람이 구태여 나를 위해 좋은 말을 해주는 구나’ 같은 생각이요. 실은 당사자에 대한 정당하고 가감 없는 평가였는데 말이죠. 이런 얘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 이유는 제가 칭찬을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팀 회의에서 팀장이 “마감도비는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하면 돼”라고 말하면 기쁘기 보다는 덜컥 겁이나요. ‘이제 내가 못한 실력을 보이면 곧바로 가혹한 평가를 받게 되겠구나’ 하고 말이죠. 심지어는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선배가 웃으며 “마감도비한테 고마워. 선배로서 뿌듯해”라는 말을 했는데 그 얘길 듣던 저는 속으로 ‘거짓말 하지마!’라고 외친 적이 있을 정도였죠. 이번 칭찬일기를 읽으면서 자신을 향한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걸 다시 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아매오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도 자신감과 칭찬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명료하고 에너지 넘치는 글 감사해요. 제가 칭찬을 듣는대도 얼마나 춤을 잘 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못 돼도 오피스 맨 도비는 되려구요. 야망백수 :
제가 비판으로 움직이는 사람인지(이하 ‘위플래쉬’) 칭찬으로 움직이는 사람인지(이하 ‘고래’) 한번 생각해 봤는데요…아무래도 저는 둘 다 아닌 것 같아요. 칭찬을 받으면 기쁘긴 하지만 저 스스로 요행으로 얻은 걸 너무 잘 알아서 부끄럽고, 정확한 비판은 로또만큼 귀해서 저한테 그런 행운이 찾아오진 않을 것 같거든요. 대부분의 비판은 ‘하려 한 것’ 대신 ‘하지 않으려 한 것(왜 이거 안하니?)을 겨누잖아요. 저는 아무래도 고래의 세계와 위플래쉬의 세계 사이, 사막에 사는 베두인족인가 봅니다…. 근데 저는 제가 유별난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제 아무리 '인싸'여도 살다보면 자기만의 사막을 걷는 것 같다고 상상하게 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그곳은 칭찬도, 비판도 별 힘을 미치지 못하는 무풍지대니 회고도 '성장'을 위한 방정식을 푸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겠죠. 사막에서의 회고는 어떤 형태일까요? 제가 좋아하는 시가 떠오르는데, 길지 않은 시니 한번 전문을 옮겨보겠습니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 ,오르탕스 블루> 혼자 있는 사막에선 항상 외로울 수 밖에 없으니까 언제나 뒷걸음질로 걷겠죠. 회고는 월말정산 시즌에 하는게 아니라 숨쉬듯이 할테구요. 혹자는 이걸 보고 언제까지 그렇게 과거만 붙잡고 있을거냐며 꾸짖을 수도 있겠지만, 뒷걸음질이나마 멈추지 않고 계속 걷기만 한다면 이것도 나름대로 현재를 잘 살아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내가 바라는 내가 되어 사막 밖으로 나가는 날도 오겠죠. 어디로 나가게 될진 모르겠지만...이왕이면 아매오님이 계신 고래의 세계였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서 서로 칭찬을 나누며 성장의 방정식을 푸는 것도 멋진 일일 것 같아요. 이거...또 궤변을 늘어 놓은 것 같네요. 너무나 진취적인 아매오님의 회고 앞에 주눅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남들은 뛰는데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그저 뒤만 돌아보고 있는 것 같다 느끼며 칭찬에도 비판에도 시큰둥한 베두인족 동지 여러분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by.야망백수 ▲ 밤의 현상소. 밤거리가 길게 펼쳐놓은 필름 같았다. 거리는 사람들이 낮에 토해놓은 꿈을 현상하느라 여념이 없고 그럼에도 밤은 너무 짧다. 오늘 저희가 보내드린 이야기들, 어떠셨나요? 저희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일하면서 겪은 일, 늘상 끌어안고 있는 고민, 오늘 편지에 대한 피드백 무엇이든 좋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여러분의 풀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호에 보내주신 풀칠이야기 답장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58호 <연휴에 나눈 대화들> 답장도 함께 실어 보냅니다!! (야망백수 : 지난 주엔 그만 링크를 빼먹어버렸네요..에...다 회사 때문입니다.... 항상 정신이 나가서 퇴근을 해서요...) 어이 거기 풀칠 멤바들! 자네들 혹시 이거 좋아하나...? 이번 주도 분골쇄신 🌾풀칠🌾 만드느라 고생한 야망백수, 아매오, 파주, 마감도비에게 김밥 한 줄 쏘고 싶으시다면 아래 버튼으로 후원해주세요🍚 풀칠러님의 따뜻한 응원은 저희가 계속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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