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금주의 에세이 당번 아매오입니다. 공유 오피스로 이사온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습니다. 좁은 사무실을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첫날이 떠오...르지는 않고 가물가물하네요. 오늘 읽은 책에서 그런 문장을 봤어요. 호모 사피엔스는 조건이 좋아지면 행복이 아니라 기대를 높인다고. 하하하.
그래도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중단됐던 공유 오피스의 다양한 서비스도 돌아오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아, 이래서 공유 오피스가 좋구나. 생각했던 단 하나의 포인트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무작정 밖으로 나와 걷곤 했다. 당시 거주지는 신촌. 신촌 하면 대학교지. 연대에서 시작해 홍대를 찍고 합정, 상수를 돌아 서강대를 거쳐 이대를 지나 연대에 도착하면 약 2시간이 걸렸다(동네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나는 그 코스를 꽤 좋아했는데, 걷는 시간과 거리에 비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걸어도 걸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만 이어지던 고향을 떠올리면 그건 산책보다는 롤러코스터에 가까웠다. 제각기 다른 색을 품은 사람들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그저 맞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정세랑 작가는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에서 '드라이란덴푼트(Drielandenpunt)'에 방문했던 경험에 대해 "나는 흥분하고 말았다"라고 적었다. 그곳엔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의 국경이 한 점에서 만나는 경계석이 있는데 "한 걸음 딛을 때마다 발밑의 나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공동체 중 하나인 국가라는 개념이 겨우 한 걸음으로 좌우되는 경험은 어떨까. 물론 거기에는 못미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신촌을 누비며 혼자 자주 벅차올랐던 나는 정세랑 작가가 느꼈을 흥분이 무엇인지 이해되는 것 같기도 했다. 회사가 공유 오피스에 입주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처음 입주할 때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러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였다(이를테면 맥주 제공이라든지...). 물론 쾌적한 시설이 나로 하여금 자주 흡족한 미소를 짓게 만들긴 했으나 공유 오피스의 본래 장점을 100%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지우기 힘들었다. 최근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실시되면서 그것들이 하나씩 돌아오는 중인데(이를테면 맥주 제공이라든지!!!), 특히 많이 돌아온 게 '사람'이다. 비었던 사무실에 새로운 팀이 들어오고 재택 근무러들이 돌아온 것이다. 공용 공간인 라운지에도 부쩍 활기가 돈다. 저긴 개발자가 엄청 많네요. 무슨 서비스를 하는 걸까요? 여긴 다들 태블릿 붙잡고 그림 그리던데. 문 앞에 세워둔 캐릭터가 대표 상품인가? 옆 사무실은 엄청 웃고 떠드는 거보니 분위기가 되게 좋나봐요. 라운지에는 팀 회의를 하거나 혼자 집중 근로하는 사람이 보였고 가볍게 티타임을 갖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는 주로 도시락을 까먹으며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러 사람이 바람처럼 불어오고 또 불어 나가는 열린 공간. 몇 년 전 신촌을 거닐며 느꼈던 에너지, 정세랑 작가가 드라이란덴푼트에서 느꼈을 흥분과 비슷한 무엇이 여기에도 있었다. '완전히 독립적인 팀들'은 단지 물리적으로 공존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양성에 노출된 환경은 팀을 구성하는 개개인에게 풍부한 역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역동성은 욕망을 생산하는 연료로 사용되고 때론 그것이 결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욕망은 어떻게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개인이든 팀이든 완전히 다른 성장 서사를 쓰도록 할 수 있다. 우리는 사실 더 많은 욕망에 노출되어야 한다. 그것을 공유 오피스가 가능하게 한다. 물론 즉각적인 충족을 요구하는 욕망에 잡아먹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겠지만. 공유 오피스는 좋은 선택지다(써놓고 보니 영업 같은데, 저는 관계자가 아닙니다...). 팀 단위의 소규모 회사라면, 반드시 독립적인 사무실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창의성을 요하는 일이라면, 약간(?)의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 물론 이 모든 건 직원 입장에서 하는 얘기다. 사무실 유지 비용을 비롯해 따져볼 것이 많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또 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대표도 아니고, 풀칠러 분들 중에도 대표...님은 안 계실...테니까...? 흠흠. 저는 이만 맥주나 한 잔 때리러 가야겠습니다. 아무리 회사라도 맥주 맛을 떨어뜨리지는 않더라고요. 호호호. 야망백수 :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요, 아매오님과 같이 건대 앞에서 술을 먹었던 날이 떠오르네요. 지금 돌아보면 그때도 젊다고 할 만한 나이였지만 우린 그때 건대 앞거리에 가득 차 있던, 한때 우리도 갖고 있었던 무언가를 더 이상 누릴 수 없음을 아쉬워했었죠. 몇 년 전 이야길 꺼낸 이유는 공유 오피스가 일터인 게…부럽기 때문입니다. 아매오님이 공유 오피스에서 풍경이 휙휙 바뀌는 신촌과 '드라이덴푼트'를 떠올렸듯이 저는 공유 오피스를 자랑하는 아매오님의 요번 글을 읽고 옛날 건대 앞에서 느꼈던 상실감을 떠올렸거든요. 그건 아마 제가 위*크도 패*트파이브도 없는 고향에서 지내기로 선택했기 때문이겠죠. 그나마 시에서 만들어놓은 청년 어쩌구 공간이 공유 오피스 흉내를 내보려 하고 있긴 합니다마는… 저도 ‘자극이 휘몰아치는 역동적인 흐름의 한가운데’에 저를 가져다 놓고 싶은데요, 또 한편으로는 나고 자라면서 보낸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된 고향에서 계속 머물고 싶기도 합니다. 이 두 욕망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는 딜레마가 K-지방민의 숙명이겠죠. 아이고. 부럽다. 언제 한번 놀러 가지요. 라운지에서 맥주 한잔합시다. 파주:
직장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상한 로망들이 하나쯤 있더라고요. 강남에서 일하는 직장인A는 '동네 이름부터 힙한 합정으로 출근하고 싶다'라고 했고, 평일마다 욕설을 내뱉으며 합정으로 향하는 직장인B는 'K-회사원의 메카는 곧 광화문'이라며 자신도 점심시간에 청계천을 거니는 좀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정작 광화문을 오가는 직장인C는 출근이라도 강남 노른자 땅을 밟고 싶다 말하죠. 노동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저도 공유오피스로 한번쯤은 출근을 해보고 싶네요. 낯선 업계에서 일하는 낯선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일은 정말로 희귀한 경험이니까요. 알게 모르게 인사이트를 얻거나 세계관이 확장된다거나 서로를 완벽히 보완하는 사업 파트너를 만난다거나... (<스타트업>에선 다 그렇게 되던데?!) 뭐 이런 일은 드라마 속에서 생기는 우연이겠죠? 그렇다면 공유오피스 최고의 복지인 맥주 제공 서비스나 잔뜩 즐기고 싶네요. 초대만 해주신다면, 1L 짜리 텀블러 하나 챙겨가겠습니다. 마감도비 : 아매오님의 이번 글을 읽으니 공유 오피스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네요. 무려 드라이란덴푼트에 비견될 정도라니.(저는 이런 곳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네요.) 저에게 아직 사무실은 딱딱하고 어색하고 적막한 곳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숨이 좀 막히고 밥을 먹고 돌아오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곳이죠.(이직 후 첫 한달을 매일 같이 소화제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일을 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일 거 같아요. 축제 같은 느낌? 물론, 각자의 발밑은 전쟁이겠지만요. 저는 오히려 이 글이 회사 대표님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어요. 저를 포함해 풀칠러 분들도 공유 오피스가 이렇게 좋으니 우리도 갑시다! 라고 말할 수 있게요. by.야망백수,마감도비 오늘 저희가 보내드린 이야기들, 어떠셨나요? 저희는 여러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일하면서 겪은 일, 늘상 끌어안고 있는 고민, 오늘 편지에 대한 피드백 무엇이든 좋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여러분의 풀칠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에 보내주신 풀칠 이야기 답장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어이 거기 풀칠 멤바들! 자네들 혹시 이거 좋아하나...? 이번 주도 분골쇄신 🌾풀칠🌾 만드느라 고생한 야망백수, 아매오, 파주, 마감도비에게 김밥 한 줄 쏘고 싶으시다면 아래 버튼으로 후원해주세요🍚 풀칠러님의 따뜻한 응원은 저희가 계속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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